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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전시&공연 리뷰
<김구림 - 삶과 죽음의 흔적 展>
도혜린 칼럼니스트  |  haerind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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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09  17: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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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 = 도혜린] 1960~70년대를 이끈 전위 예술의 선구자이자, 방년 여든을 앞둔 거장 김구림 작가가 ‘삶과 죽음의 흔적’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삼청동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8월 30일부터 10월 16일까지 전시한다. 김구림 작가는 연극과 영화, 무용 등을 미술에 접목시킴으로써 장르의 해체를 추구했고,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통해 당시 국내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전위 예술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의 이러한 시도는 음양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만의 독자적인 현대미술을 세계화의 흐름과 나란히 놓는데 기여했으며, 그의 작업들은 특정한 형식이나 범주에 묶이기 보다는, 그 시대를 반영하며 새롭게 변화해 왔다. 특히, 이번 전시의 경우 현재 우리 시대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삶과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인 담론들을 담으며, 관람자들의 사유를 유도한다.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동안 수많은 변화의 풍파를 거치며 살아 온 거장이 바라본 삶과 죽음은 어떤 형태로 형상화 되었을지가 매우 궁금해졌다.

   
▲ 김구림, <Yin and Yang 15-S, 45> , 2016 Mixed media [출처] 아라리오 갤러리 공식 홈페이지

전시장을 둘러싼 공기에 대해 필자가 느낀 첫인상은 바로 ‘공포’였다. 어쩌면 20대인 내가 느끼는 죽음과, 80여년의 세월을 살아 온 인생의 스승이 느끼는 죽음이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에, 공포스러운 시체나 관, 해골등을 주된 오브제로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인간으로서 동질감과 유대감이 들었다. 위에 첨부된 사진은 전시장에 입장하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설치 작업인데, 푸른 바닷 속 배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해골들이 누워 있다는 사실을 금세 인지할 수 있다. 작가는 동시대의 가장 논쟁적인 이슈인 ‘난민 문제’를 이 작업을 통해 시사하고자 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파도와 바람 소리, 푸르른 하늘 속에서 흘러가고 있는 구름의 영상은 여전히 시간이 흐르고 있는 상태임을 알려 주면서, 동시에 방향성을 상실한 채 부유하는 보트 한 척 속에서 죽어갈 수밖에 없었던 시리아 난민들의 공포와 대비된다.

   
▲ 김구림, <Yin and Yang 16-S, 55>, 2016 Mixed media

위 작업도 비교적 메시지가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흙더미 속에 묻혀있는 관에는 뚜껑이 열려 있으며, 관 속에는 시체가 아닌 아이의 것으로 추측되는 작은 신발 두 켤레만이 들어가 있다. 그리곤, 관 주변에 끔찍하게도 아이의 시체가 토막난 상태로 아무렇게나 파묻혀 있다. 그 옆에는, 막 탯줄이 잘려진 태아가 눈을 감고 팔을 두른 채 있다. 이 끔찍한 작업은 아동 학대 및 유기, 그리고 낙태라는 현대 사회의 끔찍한 사회적 이슈를 시사한다. 유난히 뉴스를 틀면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 및 시체 훼손, 낙태에 관련된 끔찍한 기사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한 인터뷰에서 하루에도 일곱 종류 이상의 신문과 뉴스를 접한다고 밝힌 김구림 작가에게는 얼마나 더 잦게 다가 왔을까 싶었다. 관 속에 들어가지도 못 한 채, 죽어서조차 끔찍한 추위에 떨어야 했던 저 아이들의 슬픔을 두 켤레의 신발로 형상화함으로써 그는 관람객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냄과 동시에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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