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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커센터 다이어리펑샨 호커센터
장현석 칼럼니스트  |  gustjr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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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07  13: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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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장현석]

 

<펑샨 호커센터>

85 Bedok North Rd, Singapore 460089

 

싱가폴에서 혼자 다녔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처럼 홀로 식당을 찾았다. 호커센터에서 말없이 낯선 음식을 음미하길 좋아했고, 덕분에 ‘싱가폴스러움’을 만끽한다고 믿었다. 외국인이 놓치고 갈 현지인의 음식과 공간을 경험했다는 생각에 남몰래 뿌듯해하곤 했다.

 

기숙사 옆 방에 Eugene이라는 친구가 살았다. 가까운 사이였음에도 그간 학교 밖에 나가 함께 밥 먹은 적이 없었다. 학기가 끝나가던 어느 주말, 그가 동네로 나를 초대했다. 내가 호커센터를 좋아하는걸 알곤 싱가폴 최고의 호커센터를 간다며, 자신의 친구들과 저녁을 먹자고 했다. 그가 말한 곳은 펑샨 호커센터였다. 이곳은 주소 때문에 버독 85라고도 불리는데 오래된 맛집이 많기로 유명하다.

 

   
▲ 저녁의 펑샨 호커센터로 사람들이 모인다

 

기꺼이 펑샨 호커센터에 따라갔고 Eugene의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은 살기 싫은 싱가폴에 온 걸 환영한다며 나를 반겼다. 말도 많고 까불거리는 친구들이었다. 싱가폴에서 뭐하고 노냐 묻기에 준비된 대답, 호커센터를 말했다. 이어 내가 이곳에 처음 왔다 하니 뭐랑 뭐를 꼭 먹여야 한다고 지들끼리 신나게 떠들었다. 얜 우리와 어울릴 수 있겠다는 만족감이 그들 얼굴에 비쳤다.

 

   
▲ 동남아 스타일로 요리한 캉콩(공심채)

 

자신들의 스타일대로 주문하겠다며 가만히 기다리란다. 동네 친구들끼리 모이면 늘 먹는게 있다고 했다. 바비큐 스팅레이부터, 삼발 소스에 볶은 캉콩(공심채), 오이스터 오믈렛, 피그 포리지(죽)와 박쵸미(고기 국수) 그리고 사테(꼬치구이)를 시켰다. 여기에 슈가케인 주스까지, 혼자 와선 결코 시키지 못할 양이었다. 친구들은 놀라는 내게 ‘얘가 아직 뭘 모르네’라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 펑샨 호커센터에서 유명한 박쵸미(Bak Chor Mee)

 

스팅레이나 캉콩이 다른 곳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 반해, 펑샨 호커센터의 박쵸미는 특별하다. 싱가폴에 국물 없이 나오는 박쵸미는 많은데, 이곳처럼 국물(수프)로 나오는 가게는 몇 안된다고 한다. 짭짜름한 고기 완자와 칼칼한 육수가 어울린다. 여기에 칠리 파디(동남아 고추)를 추가로 넣으니 싱가폴 스타일의 이열치열이 완성되었다. 노란 면을 건져올릴 때 으깬 고기가 묻는데, 매운맛 사이로 그 고소함이 혀를 잡아끈다.

 

함께 음식을 먹으며 자리에 스며들었다. 어색함을 느낄 필요가 없을 만큼 유쾌한 녀석들이었다. 한국인과 싱가포리언이기 이전에 같은 또래다. 국적도 배경도 다르지만 취미와 연애부터 취직 등 딱딱한 주제까지 자연스레 이야기가 오갔다. 시답잖은 농담에 핀잔을 줄 땐 오래된 친구같았고, 어느덧 질펀한 욕을 주고받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호커센터에서 질세라 떠들다보니 다들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다.

 

   
▲ 피그 포리지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마지막으로 피그 포리지가 나왔다. 이 역시 펑샨 호커센터의 명물이란다. 죽 위로 날계란이 풀려있고 안에는 요우티아오(밀가루 빵)와 돼지고기, 센츄리 에그(피단) 등이 들어있다. 밍밍하지 않게 간이 되어있는데, 무엇보다 양이 어마어마하다. 박쵸우미와 다른 음식들부터 비우고 피그 포리지를 먹는데 도저히 줄지를 않았다. 그래도 그들 스타일에 맞춰 음식을 남길 순 없었다.

 

우린 식사를 마치고도 갈 줄을 몰랐다. 부푼 배를 쓰다듬으며 앉은 자리에 한참을 있었다. 이런 자리면 일찍 불러줬어야지 않냐는 내게 Eugene은 웃으며 또 오라 말했다. 돌아가는 막차를 타야해 어쩔 수 없이 일어났고, 또 보자는 인사로 친구들과 작별했다. 고독한 미식가를 흉내내며 몇 달 동안 혼자 호커센터를 다니다 처음으로 싱가포리언들과 함께 한 날이었다.

 

그로부터 한 열흘 뒤 한국으로 떠났다. 돌아와 가끔 싱가폴 음식이 생각나면 호커센터 사진들을 뒤적인다. 다행히 호커센터가 그 음식들과 냄새로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펑샨 호커센터는 친구들의 표정과 몸짓, 웃음소리까지 섞여 강렬하게 남아있다. 늦게 발견한, 가장 ‘싱가폴스러운’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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