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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킬 미 달링' 포스터> |
[디아티스트매거진=민선영] 영화 첫 장면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목전에서 보고도 지나치게 담담하며, 죽음을 앞둔 어머니보다도 더 세상에 미련 없는 표정을 하고 장례식 후 계획된 행동을 실행하는 아들. 그게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가난하여 세상을 비관하게 된 것도 아니다. 어마어마한 저택을 소유하고 자기 앞에 고가의 차만 10여 대가 있는 귀족혈통 재벌이, 자기 손에 쥐었던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이승을 떠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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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킬 미 달링' 스틸컷 中> |
죽음에 무던하고 슬픔도 한 점 없이 아무 감정 없는 사이코패스같은 이 남자, 야콥은 분명 죽고자 한다. 그러던 그는 우연찮게 해안에서 노신사의 마지막 순간을 목격하고, 당신을 위한 맞춤 여행사 "엘리시움"이라는 회사를 알게 된다. 이 회사로 말하자면 장례회사인데 우리나라 상조의 개념이 아니라 장례여행회사이다. 그것도 "죽음으로 가는 여행". 안 그래도 죽고 싶은 야콥에게 이 웃지 못 할 여행사는 딱 맞춤여행이다. 야콥은 가장 자연스러운 죽음을 위한다는 "서프라이즈"라는 옵션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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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킬 미 달링' 스틸컷 中> |
죽음이라는 여행을 위해 먼저 죽음여행자들은 자신의 관을 고른다. 그리고는 죽음을 기다리며 일상생활을 그대로 하는 것이 원칙. 또한 여행을 신청하면 무를 수 없다, 절대로. 그때부터 본격 시한부 인생이 시작된 야콥은 홀로 저택에서 엘리시움이 자신을 없애주기를 기다린다. 관을 고르다가 만난 상대가 안나인데 그로부터 나흘이 지나고 안나는 야콥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는 걸 보니 살아계시네요." 이 전화 한 통으로 야콥은 안나가 일하는 가게를 찾아가고 같이 있던 둘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엘리시움이 말한 때가 왔음을 느끼며 손을 잡는다. 그런데 자신들은 피하지도 않았건만, 트럭은 무심히도 비켜간다. 야콥과 안나는 죽음을 비켜간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서로의 벽을 허무는 시간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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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킬 미 달링' 스틸컷 中> |
그리고 야콥 앞에 왔던 독일인 부부가 죽었다. 엘리시움이 순서대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다음 순서는 야콥 자신과 안나일 터, 죽음을 앞둔 동질감 때문인지 야콥은 일평생 준 적 없는 관심을 안나에게 주며 안나는 야콥에 대해 자세히 알아가기 시작한다. 바다를 사랑한 부친이 바다에서 죽고 난 다음부터 스스로 모든 열정과 감정을 다 죽여 버린 야콥은 36년간을 지독한 혼자로 살아왔고 죽음으로 모든 삶을 끝낼 계획을 오래 생각한 것이다. 야콥은 안나를 만나 여태까지 느끼지 못한 모든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비로소 죽음을 신청하고 나서야, 인생에 한 여자가 끼어들게 되었다. 그것도 자신과 똑같이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 운명은 단번에 알아볼 수가 있는 것인지, 달라진 자신의 마음에 야콥은 적잖은 혼란을 맞이한다. 그러나 둘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죽음을 손에 쥔 엘리시움은 이 둘을 미행하고 있다. 안나와 춤을 추러 가던 야콥은 엘리시움에 들른다. "여행(죽음)을 좀 미루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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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킬 미 달링' 스틸컷 中> |
여기서부터 스토리는 의도치 않게 공포물이 시작된다. 엘리시움이 회사의 존폐를 따지며 죽음을 미루고자 하는 야콥을 처리하고자 하자 야콥은 자신의 죽음에 맞서 회사 직원을 죽이게 된다. 안나 역시도 야콥을 도와 여행을 미루는 데 동참한다. 더 놀라운 것은 안나는 야콥과 같은 고객이 아니라 엘리시움 회사 사장의 입양된 딸인 사실이다. 그러니까 야콥은 안나의 고객인 셈. 그런 그녀가 야콥을 속이면서까지 함께 있고자 하는 심리도 야콥처럼 묘하다. 양아버지의 명령은 다음날 정오까지 야콥의 시체를 가져오라는 것인데, 마지막 처리를 무사히 처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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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킬 미 달링' 스틸컷 中> |
감정이 없어 죽음을 기다리던 남자와 사랑에 목말랐던 초보킬러 안나, 두 사람이 인생을 처리하는 방식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세상과 나 사이엔 무언가 있어요. 유리처럼 보이지 않는 벽이요. 나는 그걸 통해 모든 걸 보지만 그것들은 나한테 영향을 주진 못해요. " 야콥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특별하지만 하나도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 세상, 존재의 가치를 느낄 수 없기에 따를 수 없는 삶을 가진 사람들. 그러나 그게 과연 야콥만의 생각일까? 세상과 자신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리로 된 벽을 가진 자들은 무한히 많다. 아직 삶의 가장 소중한 것, "서프라이즈"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과 죽음의 아슬한 경계선을 넘나드는 새로운 영화, '킬미달링'으로 인생의 카운슬링을 받아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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