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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문화전 6부: 풍속 인물화 - 일상, 꿈, 그리고 풍류>혜원 신윤복과 그를 둘러싼 판타지들을 중심으로
도혜린 칼럼니스트  |  haerind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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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18  21: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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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송문화전 공식 포스터 (첨부된 도판: 신윤복, 단오풍정, 18세기)

[디아티스트매거진=도혜린] 한국의 미술, 특히 조선 풍속화 하면 단연 떠오르는 미술관이 있다. 바로 서울 성북구 소재의 ‘간송미술관’이다. 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 선생의 호에서 따온 국내 최초의 사립 박물관으로, 그는 아무도 한국 미술에는 관심 가지지 않았던 일제 강점기에 누구보다도 먼저 우리의 그림들에 수집하고 보호하여 일본으로 유출될 뻔한 우리 유물들을 이 땅에 남겨 준 선구자적인 콜렉터이다.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조선 최고의 화가들의 작품을 한 개인이 국립 미술관들보다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것은 가히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설립된 간송 미술관의 유일한 흠이 있다면, 누구나 한 목소리로 ‘쉽게 문을 열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할 것이다. 보존 처리 문제로 일 년에 딱 두 번만 소장품들을 공개하던 것으로 모자라, 제작년부터는 아예 묻을 굳게 걸어잠그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 힘들었던 작품들을 대신 길게 늘어진 줄을 서지 않고도, 보다 더 친숙한 공간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이번 전시로 6회 차를 맞은 DDP <간송 문화전> 덕분이다. 

이번 간송문화전 6회차의 주제는 ‘풍속인물화-일상, 꿈, 그리고 풍류’ 이다. 5부까지의 주제가 꽃, 진경산수 등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윤두서, 김득신, 장승업, 김홍도 등 보다 간송미술관의 주류적인 작품들을 가지고 온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기대됐는데, 간송미술관 외에는 어디에서도 그의 작품을 관람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해서 전해지는 역사보다도 소설이나 드라마 등의 전설적인 서사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이런 신비스러움과 희소성 때문인지, 그의 작품이 지니는 아우라는 동시대의 다른 회화들보다도 내 마음을 더 강하게 끌어 당겼다. 특히 2008년 방영 및 개봉했던 이정명 작가 원작의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영화 <미인도> 에서는 혜원에 대해 남겨진 기록이 별로 없고, 그가 유난히 얇은 선과 풍부한 색채를 사용해 기생 여성의 그림을 많이 그렸다는 점에서 그가 남장여자가 아닐까라는 설정을 제시한다. 허구라는 사실을 분명이 인지하면서도, 나조차도 드라마와 영화의 영향으로 혜원이 여성일 수도 있다는 판타지를 내재화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 틴 토레토, 수잔나와 장로들, 1555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실제로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그러한 의문점은 사라져버렸다.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전시의 대표 작품으로 리플렛 맨 앞장에도 그려져있는 <단오풍정> 때문이다. 이 그림에서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에로틱한 부분은 그네놀이를 하는 여인도, 젖가슴을 드러낸 채 청포물에 머리를 감는 여인들도 아닌, 돌 뒤에서 이들을 훔쳐보는 어린 승려들이다. 실제로 서양 미술사에서도 대상으로서 ‘누드 여성’에 대한 관음증적인 시선을 내포한 틴토레토의 <수잔나와 장로들> 등과 같은 그림들이 현대까지도 그려져왔다. 존 버거는 그의 저서 <다른 방식으로 보기>에서 작가는 이러한 벌거벗은 여성들을 훔쳐보는 남성들을 그려넣음으로써 작가와 남성 관람객들까지도 동일시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시선과 응시를 정당화시켜 준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현대 서양의 미술사와 예술학에서 심도 깊게 담론화됐던 ‘대상으로써 여성 누드에 대한 응시와 시선’의 문제가 신윤복의 18세기 한국 풍속화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신윤복이라는 남성으로 위장한 여성 작가의 자의식의 표현이라는 추측에 가장 많이 적용되는 <미인도>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당시 조선 초상화에서 임금이나 신분 높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 화폭 전체를 차지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는 점에서 <미인도>가 의미있는 작품이라는 주장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관찰한 미인도는 살짝 물기을 머금은 듯한 부드러운 색채와, 머리카락 한 올까지 자세히 묘사된 가느다란 선들, 여인의 알 수 없는 눈빛과 표정 등이 어우러져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특히, 풍부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된 치마자락이나 우뚝 솟은 버선 코, 그리고 옷 고름를 만지작거리는 기생으로 추측되는 여성의 손길 등은 이 그림이 가히 최고임을 증명한다. 하지만 이 그림도 뮤즈, 또는 성적 대상으로서 여성을 그린 것은 자명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관람을 마치고 나는 신윤복이 오히려 여성 작가라기 보다는 굉장히 서양적인 작가가 아닌가 싶었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나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 수많은 명작들도 남성인 작가가 애정을 느끼는 여성 모델을 그린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번 전시에서 우리의 회화를 역사적이고 이론적인 사실이 아닌, 소설이나 영화 등 그림과 관련된 타 예술 매체에 대입해서 관람해 본 것이 매우 재미있었다.

   
▲ 신윤복, 미인도, 18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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