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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바벨전>
도혜린 칼럼니스트  |  haerind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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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30  16: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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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바벨전> 공식 홈페이지

[디아티스트매거진=도혜린] 올 상반기, 서울시립미술관이 2층과 3층에서 열린 스탠리 큐브릭 전으로 시끌벅적 했을 때, 비슷한 시기에 미술관 1층에서는 조용하지만,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바로 매년 젊은 유망작가들을 선정해 그룹전시를 진행하는 SEMA Blue 시리즈의 시작을 연 <서울 바벨전>이다. 1월 19일부터 4월 5일까지 열렸던 이 전시는 최근 철거되었지만, 다른 전시보다도 오랫동안 생각할 거리를 많이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 싶었다. 특히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이면서도 대표적인 ‘시립’ 미술관에, 서울시에 소재하고 있는 다양한 예술적 플랫폼들의 창작물들을 모아놨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어찌 보면 미술계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전통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시립미술관에서 가장 대안적이고 실험적인 공간들을 주제로 전시를 연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 ⓒ THE ARTIST MAGAZINE

사실 이 전시는 ‘대안 공간과 실험적 무브먼트, 젊은 디자인 스튜디오’ 등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나를 포함한 일반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전시 후기들에서도 이 전시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아무래도 큰 규모의 미술관이나 전시장이 아닌, 서울 외곽이나 변두리에서 독립적으로 공간을 운영하면서 예술 활동을 벌이는 이들이 우리에겐 아직 생소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조금 만 더 자세히 본다면 이 전시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했다. 시립미술관은 리플렛을 통해 이 전시가 “예술 발전의 모세혈관과도 같은 이들 플랫폼의 기획자들 및 작가들의 독립적이고 유기적인 행보를 지원하여 한국 미술의 저변을 넓히고 균형있는 성장을 주도하고자 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의 포스트뮤지엄 비전을 표방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서울의 중심 미술관으로서 서울의 곳곳에 흔히 아웃사이더 혹은 비주류로 여겨지는 젊은 예술가들과 공간들을 함께 포용함으로써, 진보해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게 우리 사회가 원하는 진정한 리더의 형태가 아닐까 싶었다.

   
▲ ⓒ THE ARTIST MAGAZINE

개별 작품에서는 17개의 팀과 70명의 작가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동시에 하나의 공통점으로 묶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들은 서울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만 외곽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이들이 추구하는 바도 ‘비주류’, 혹은 바벨탑이 상징하는 ‘다양성’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작품은 페인트로 그려진 결과로서의 그림이 아닌, 매체면서 과정인 페인트를 그 자체로 전시함으로써 작업 과정의 노고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퀴어 문화를 조명하는, ‘햇빛 서점’ 팀과 ‘청량엑스포’ 팀이 특히 눈에 띄었다. 올해, 문화예술 장르에서 유독 LGBT를 다루는 콘텐츠들이 많았지만, 여전히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타자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나는 서울 바벨전이 비주류의 중심으로서 이들을 정면에 당당히 전시함으로써, 이들이 주체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결국 바벨탑도 무너져버린 것처럼, 지금은 많은 관람객들에겐 당혹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는 이러한 작업들이 언젠가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 배치되어도 당연스럽게 여겨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었다.

   
▲ ⓒ THE ARTIST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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