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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전시&공연 리뷰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테사 블롬슈테트는 포기하지 않는다>
김영훈 칼럼니스트  |  kimyounghoon@s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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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05  18: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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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IST 매거진=김영훈] 2015년 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은 동시대예술을 국내에 소개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20세기와 21세기 동시대 공연예술의 국제적 담론화에 폭넓게 이바지해 온 큐레이터, '프리 라이젠(Frie Leysen)'을 초대하여 ‘아워 마스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아워 마스터’는 20세기 공연예술사에서 예술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거장들에게 주목하는 프로그램이다. 필립 글래스와 로버트 윌슨의 오페라 '해변의 아인슈타인, 4막의 오페라'(미국), 팀 에첼스의 연극 '더티 워크'와 '마지막 탐험'(영국)을 시작으로, 크리스토프 마탈러의 음악극 '테사 블롬슈테트는 포기하지 않는다'(독일), 히지카타 다쓰미의 '부토 프로젝트'(일본), 윌리엄 켄트리지의 오페라 '율리시즈의 귀환'(남아공)을 무대에 올린다.

그리고 나는 지난 3월 27일, ‘아워 마스터’ 프로그램 중 하나인 ‘테사 블롬슈테트는 포기하지 않는다.’를 관람했다.

이 공연의 연출가인 ‘크리스토프 마탈러(Christoph Marthaler)’는 섬세한 아이러니와 불일치의 미학으로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 그의 작품이 국내에서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취리히 국립극장의 감독으로 활동하고 2011년에는 스위스 최고의 연극상인 ‘한스 라인하르트 링 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연출과 공간이 서로 독특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이는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온 무대 디자이너 ‘안나 비브록(Anna Viebrock)’이 있기 때문이다. 안나 비브록은 자신만의 독보적인 무대 디자인과 의상 디자인으로 14차례 상을 받았으며 2004년, ‘베를린연극상’을 수상 한 바 있다. 그녀의 작업들은 미장센이 연극의 부수적인 요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연극 그 자체를 구성하는 모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현재 비엔나 순수미술 아카데미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출처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그녀가 디자인한 ‘테사 블롬슈테트는 포기하지 않는다.’의 무대는 기능에 앞서, 시각적으로 아름답다. 미니멀한 무대의 디자인과 조명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무대는 두 개 층이 좌우로 분리된 형태다. 그리고 각 공간은 조명에 의해 합쳐졌다가 나눠지고, 때로는 독립적이다. 또한 조명은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거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무대는 언뜻 평범한 집의 내부처럼 보인다. 가정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식물, 커튼, 테이블과 의자, 책과 책장, 거울 등 일상적인 소품이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평범한 집이라기엔 이상한 점이 있다. 집 앞에는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전망대가 있고, 파란 봉투와 박스가 쌓여 있다. 방 앞에는 방송국에서 사용할 듯한 전광판이 있고 배우들의 옷차림 또한 집이라기엔 어색하다. 평범하지만 낯선 공간, 연출가와 무대 디자이너는 부조리한 무대에서 우리 세대의 다양한 공간을 표현했다. 첫 번째는 우리에게 익숙해서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 공간은 무대에서 유행가를 부르거나 편지를 모으고 꽃을 가꾸는 취미 등과 연결된다. 그리고 두 번째는 다른 사람들의 간섭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나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 세대의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은 온라인 데이트와 자동으로 업데이트하는 컴퓨터 시스템, 읽지 않은 약관들에 동의하는 활동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세 번째는 유행가의 가사 같은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세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 출처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이 음악극은 온라인 데이트 플랫폼을 통해 삶의 동반자를 구하는 현대인의 이야기다. 극 중 테사 블롬슈테트는 연애 이론에는 자신 있으나 여전히 평생 함께할 누군가를 찾아 헤매고, 진실한 사랑의 불가능성을 알면서도 꿈꾸고 있다. 그리고 마탈러는 테사 블롬슈테트와 온라인 데이트 문화를 통해 사랑에 대한 인간 본연의 욕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공연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매우 과장되어 있다. 그들은 지나치게 슬프고, 지나치게 기쁜 감정을 과장된 몸짓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노래가사와 대사는 가볍고 반복적이며 단순하다. 우리의 삶이 이렇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마주하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해 지나치게 심각하게 반응한다. 연인과 결별할 때 삶의 전부를 잃은 듯한 공허함을 느끼고 시험 결과가 저조할 때 좌절하기도 한다. 대학에 합격하거나 취업했을 때 세상을 가진 듯 행복해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삶의 의욕을 얻기도 한다. 이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우리 생의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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