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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전>리히텐슈타인 박물관 명품전
도혜린 칼럼니스트  |  haerind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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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13  22: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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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 전 공식 홈페이지

[디아티스트매거진=도혜린] 작년 겨울,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이라는 전시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사실은 조금 반신반의한 마음이 앞섰다. 제목에서 명시하고 있는 루벤스가, 바로 내가 아는 그 플랑드르 바로크의 거장 피터 폴 루벤스가 맞다면, 그토록 역사적으로 귀중하면서 오래된 그림이 어떻게 쉽사리 국내에 들어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그림의 가치가 수천억을 호가하는 작품들을 접하기 힘든 시대는 많이 지났다. 작년에만 해도 프리다 칼로나 마크 로스코 등 누구나 알 수 있는 거장들의 작품들이 국내에 충분히 많이 들어왔을 뿐만 아니라, 가까운 리움미술관이나 아라리오 갤러리만 방문해도 귀중한 서양 미술 콜렉션들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이와 같은 작품들은 대부분이 20세기 이후의 현대미술에 속하며, 비교적 현대미술 작품들은 세계 곳곳에 서 볼 수 있는 반면, 바로크나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들은 특정 작가의 소속  국가를 여행하지 않는 이상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번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전>은 호기심을 많이 자극했다.

특히 이 전시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루벤스의 작품 이외에도 <설원의 사냥꾼>이라는 작품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피터 브뢰헬이나, 플랑드르 최고의 초상화가로 잘 알려져있는 앤소니 반 다이크 등 ‘세기의 거장들’의 작품도 다수 포함하고 있으며, 바로크와 더불어 약간의 르네상스와 매너리즘 그림부터 로코코 시대의 회화와 조각, 공예들까지도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전시장 한 쪽 벽면에는 루벤스가 제작한 태피스트리까지도 디피해놓고 있을 정도니, 작품들의 시대적, 장르적 다양성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번 전시는 리히텐슈타인 박물관 소장품들로 이루어져있다고 하는데, 국내에서 진행되는 기획전시 치고 생각보다도 큰 규모에, 서양 근세 미술사 후반을 망라하는 풍부한 콘텐츠들을 포함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무척 감동적이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플랑드르 바로크의 정수라고 여겨지는 루벤스의 그림이 생각보다도 대 규모이며, 이 대규모 작품들의 의뢰를 감당하기 위해 그가 제자들과 거의 하나의 ‘기업’을 이루어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종교적인 주제에, 흔들리는 살결의 인물들이 돋보이는 그의 커다란 대작들보다는, 이 전시의 메인 포스터에도 실려있는 매우 작은 크기의 루벤스의 딸 초상화인 <클라라 세레나 루벤스의 초상>이 더 기억에 남았다. 아무래도 후원가들의 주문을 받아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그린 그림보다는, 자발적으로 사랑하는 다섯 살배기 딸을 애정어린 눈으로 그린 그림이 보다 더 감정적인 이끌림을 주는 게 아닌가 싶었다. 루벤스의 작품 외에도 평소에 좋아하던 피터 브뢰헬의 또 다른 설원 시리즈인 <베들레헴의 인구 조사>도 인상적이었다. 비록 우리가 아는 브뢰헬이 아니라,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그림을 모사해 그린 그림이라고는 하지만, 이 위대한 부자가 그린 눈 속 풍경은 수백 년이 지나도 세련된 모습으로 남아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 피터르 브뤼헐2세, 피터르 브뤼헐1세 작품 모작 < 베들레헴의 인구조사>, c.1607􀀁 LIECH TENS TEIN. The Princely Collections, Vaduz–Vi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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