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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전시&공연 리뷰
아날로그적인 SF연극이 시작됐다대학로 연극 프눌과의 전쟁, 시뮬라시옹 리뷰
정인태 칼럼니스트  |  jit06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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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14  12: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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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연극제>는 1.12 ~ 31일까지 3번에 걸쳐 소극장 혜화당에서 진행된다.

근 10여 년 전부터 CG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전까지는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작품들이 영화가 되어 나오고 있다. 스타워즈는 무대세트를 다 만들어서 실재하는 것처럼 만들었다지만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캐리비안의 해적, 트랜스포머같은 경우에는 CG가 없이는 영상에서 소설 원작에 나오는 화려한 마법이나 세계관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상상 속에서야 가능하지만 실제로 눈을 속일 수 있을 만큼 표현하기에는 SF물은 연극에선 시도하는 것조차 상당히 어렵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소극장 혜화당에서 극단 '자전거 날다', 공연기획사 '아이디서포터즈'가 기획한 <SF연극제>는 까놓고 말해서 상당히 허술한데, 오히려 허술한 지점들을 작정하고 보여주는 것 같다. 애초에 SF물을 CG를 넣은 모니터 화면이 아닌 연극으로 보여주기에는 무리인 지점들이 있는데 그걸 오히려 이용하는 듯 했다.

   
<프눌과의 전쟁 아날로그SF epi.1>

  <프눌과의 전쟁 아날로그SF epi.1>은 대놓고 아날로그라 명명한다. 프눌과의 전쟁은 <블레이드 러너>, <토탈리콜>의 원작자인 필립 K.딕의 단편소설 중 하나인데 줄거리 자체부터 흥미롭다. 요즘 대세인 <진격의 거인>에서 인간의 적은 거인이지만, 프눌은 오히려 인간보다 훨씬 작다. 프눌 입장에선 오히려 인간이 진격의 거인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이렇게 거꾸로 생각했을 때 재미를 느낄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극 중에서 인간은 성장이 멈춘, 성장 할 수 없는 존재로 나오지만 프눌은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꿀수 있고 인간들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흡수하며 종족 모두를 위해 발전시켜 나가려는 혁신적이고 인간보다 더 이성적인 존재이다. 작품 해설에는 '가장 인간적인 것이 결국 인간을 구한다, 그것이 비록 더러운 것들일 지라도...'라고 했지만 극 중에서 인간은 나약하고 쉽게 절망에 빠지며,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동료를 팔아먹는 비열한 존재들이다. 그럼에도 인간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프눌과의 전쟁 아날로그SF epi.1>

공연에서는 비록 무리수 개그를 던지며 생뚱맞기도 한 장면들이 있지만 SF물을 어떻게 연극으로, 간단한 무대장치들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들이 보인다. 마치 어릴 때 집에 있는 갖가지 물건들을 가져다가 전쟁놀이, 소꿉놀이 했던 것처럼, 허술하지만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시뮬라시옹>

  두 번째 작품인 <시뮬라시옹>은 상당히 철학적인 작품이다. 제니 박사가 인간을 신으로 만들기 위해 지식 경험 공유 시스템인 '시뮬라시옹'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발표를 하는데 발표만 20분이 넘는 연설이다. 극이 시작되고 5분, 10분이 지나면서부터는 이 긴 대사들을 다 외우고 지루하지 않게끔 이어나가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여튼 제니 박사는 발표하면서 여러 부족한 지점들을 느껴서 우울해하고 있는데, 자신의 연구는 지식경험공유 시스템-빅데이터-을 통해 빠른 결정과 실행력, 정확한 판단을 내리게끔 하려는 것을 추구하면서  현실 속에서는 아메리카노 핫과 아이스 사이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인간의 감정에 따라, 어떤 상황에 따라 늘 이리저리 바뀌고 흔들리는 인간에게 시뮬라시옹 시스템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다. 또한 제니 박사가 발표하면서 뒤에 텍스트들이 마구 쏟아지는데 제대로 작동이 안 되면서(오퍼가 실수한 게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발표 또한 점점 어긋나고 있다는 걸 느꼈는데, 박사가 살해되고 자신 또한 하나의 시뮬라크라가 되면서-그토록 염원했던 신이 되었지만- 여전히 ppt 타이밍은 어긋나고 만다는 점에서(어긋나는 것도 이쯤 되니 실수가 아니라 의도한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시뮬라시옹'을 향한 인간의 수고와 노력이 모두 헛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러브포션 넘버나인>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이것 역시 SF물로 부부가 매일 사랑에 빠지기 위한 약 '러브포션 넘버나인'을 마신다는 설정부터 재미있다.

  이번 <SF연극제>는 3번 나눠서 공연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병맛 연극을 좋아한다면 19일~24일에 프눌과의 전쟁, 러브포션 넘버나인을 보고, 좀 차분하면서 진지한 텍스트로 사유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면 26일~31일 시뮬라시옹, 러브포션 넘버나인을 보고, 병맛과 진지함 둘 다 좋아한다면 12일~17일 프눌과의 전쟁, 시뮬라시옹 공연을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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