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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전시&공연 리뷰
그녀들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_<꽃의 비밀>
이준건 칼럼니스트  |  dlwnsrjs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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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08  12: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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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이준건] 13년 만이다. <웰컴 투 동막골>로 유명한 장진 감독이 13년 만에 연극계로 귀환했다. 바야흐로 '왕의 귀환'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에서 '순전히 그냥 써보고 싶어서 쓴 작품'이라고 말한다. 즉, 상업적 목적이 아닌, 장진 감독이 붓 가는대로 쓴 연극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다소 신비스러워보이는 제목과 다르게 연극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어떤 거대한 철학 같은 것을 담았다기보단, 장진 감독 특유의 코미디가 담겨 있다.

 

   
▲ 연극 <꽃의 비밀> 포스터

 

2주 만에 완성했다는 이 연극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이태리 북서부 지방의 빌라페로샤라는 마을에 4명의 여자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우유 배달부와 야릇한 관계를 갖게 된 모니카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자 모임의 분위기는 무르익는다. 그러나 그때 지나가 충격고백을 한다. 남편의 바람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지나는 남편 트럭의 브레이크를 파괴해 두었는데, 다른 남자들도 그 트럭을 함께 타고 떠난 것. 이어서 지나는 그들이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굉장한 굉음과 함께 트럭이 추락했다고 말한다.

 

이에 3명의 여자들은 모두 거대한 슬픔과 충격에 빠지지만, 곧이어 정신을 차리고 각자의 사정을 말한다. 늘 남편에게 두들겨 맞은 소피아,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 피는 걸 알고도 모른 척하던 모니카, 남편이 밤마다 자신을 상대해주지 않아 불만인 자스민. 이들은 내일 오전에 국가에서 보험관리공단이 남편의 건강을 확인하고 보험 가입을 권유하러 온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보험금을 타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바로, 각자의 남편으로 남장을 한다는 것….

 

이처럼 <꽃의 비밀>은 평생 여자로 살아온 이들이 보험금을 위해 하루 동안 남자로 변장한다는 특이한 소재의 연극이다. 남자에 대한 선입견 탓에 과장되고 어색한 행동을 하는 이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다. 특히 반쯤 술에 취한 채 항상 헤롱헤롱하지만 남자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는 자스민의 연기는 일품이다.

   
 

그러나 연극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극중 모니카는 "나도 (남편이 바람 피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남편없이 살아가기란 너무 무서웠다고요!" 따지고 보면 이들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관리공단 사람들을 속이는 이유도, '남편 없이 살아가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두들겨 맞거나 바람을 피우는 걸 뻔히 보고도 이들은 남편과 함께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연령별 여성고용률 지표.

비록 장진 감독은 이 연극의 배경을 이탈리아로 정했지만, 사실 이런 현실은 한국과도 맞닿아 있다. 30세를 전후해서 그래프가 '꺾여버리는' 한국 여성고용률은 이 연극이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해준다. 시쳇말로 '유리천장'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현실에 기인한 것이리라. 그러므로 연극을 보는 동안에는 그 유쾌한 코미디에 빵빵 터질 수 있지만, 연극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왜 그녀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꽃의 비밀>을 단순히 웃음만 주는 코미디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장진식 코미디와 더불어 여성의 자립이라는 다소 사회·정치적인 주제까지 생각할 수 있는 연극, <꽃의 비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김연재·추귀정·김대령·심영은 등 베테랑 배우부터 차재이·권세린 등 신인배우까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선보이는 독특한 '남장'에 한바탕 웃어봄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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