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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유혹이지 강간이 아니다미술감상: 잃어버린 감성을 소환해야
양효주 칼럼니스트  |  motu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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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02  01: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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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트매거진=양효주]

예술은 유혹이지 강간이 아니다

미술감상: 잃어버린 감성을 소환해야 

 

   
출처: PonderAbout.com

 

미술 전시회나 박물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할 때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것은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고자 하는 지적인 열의에서 비롯된다. 가령 작품이 속하는 사조는 무엇인지, 작품이 만들어질 당대의 사회· 정치적 배경과 문화적 특수성은 무엇인지, 작가의 자라온 환경과 성격은 어땠는지 등 사전에 '진단'할 거리가 너무 많다.

혹 누군가 그림에 대한 짧은 소견을 물어온다면 작품의 정보를 제시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느낌만 늘어놓는다면 어쩐지 교양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부끄러워진다. 예술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정녕 감성보다는 미술사 지식 유무가 관건인 것일까?

모던사회 진입이례로 미술의 작품성과 상품성의 가치는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또 혼동되어 온 까닭에 미술은 그것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잃고 줄곧 표류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오늘날 미술계는 작가에게 심오한 내용과 더불어 시장에서 비싼 값을 받을만한 상품성 있는 작품을 요구하고 작가의 정치적 성향도 따지며 때로는 그들의 작업이 사회적 연대를 꾀하거나 이슈를 형성하도록 종용을 하는 까닭에 미술은 돌연변이가 되어 자의 반 타의 반 과도하게 어려운 것이 되었다. 그 결과 미술은 소수 전문가들 혹은 컬렉터들만의 전유물로 간주되어 대중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미술의 존재론적 가치는 시장성 있는 ‘상품’ 혹은 진리와 사회 논평을 위한 ‘담론적 예시’ 그 사이를 위태롭게 넘나들며 값이 매겨질 뿐이다.

 

   
Raphael, The School of Athens, Ancient Greece, 출처:구글이미지

 

:서구 고대의 대표적 철학자 플라톤과 이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을 모방(mimesis)이라고 규정했다. 플라톤은 절대적 진리의 세계 이데아(idea)의 관점에서 예술은 창조자가 만든 이데아 영역이 아닌 불확실한 세계의 충실한 복제 즉 모방으로서, 진리의 그림자쯤으로 여겼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이 실재를 모방하지만 이는 사람이 본래 모방을 하고자 하는 충동이 있으며 그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또한 모방을 통해 지식의 습득도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플라톤의 단순 모방론을 부정한다.

 

그렇다면 미술이 그것의 위상을 다시금 회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하며 어디로 생존 방향을 잡아야 할까? 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 sake)를 주창한 모더니즘의 미적 순수성, 형식주의 미학으로 다시 회귀해야 할까?

 

   
Arthur Silver, Peacock, 1887, roller printed cotton for Liberty & Co., Rossendale Printing Co. © V&A Images

:William Morris

“They also became interested in decorating their own homes, and they looked around and didn’t find anything particularly appealing, particularly well-made, any kind of truth in materials. So they started working together, making their own furniture, designing their own wallpapers.”

 

필자는 미술이 정녕 삶과 분리되어 기능할 때에 미적으로 온전한 가치가 있다 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다만 수잔 손택(Susan Sontag)의 말: “예술은 무언가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예술은 그 자체로 무언가이다" 라는 말을 옹호하면서 진리, 윤리, 문화, 사회 등의 외적인 요소에 함몰되어 미술의 역할과 목적을 단정(斷定) 혹은 한정(限定)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다시 수잔 손택의 말을 빌려 "예술 작품에 '내용'이 있다는 생각 자체가 상당히 특별한 관습에 속한다는 사실"을 염두 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미술의 스타일이라는 것이 현실과 동떨어져 성립될 수는 없다. 필연적으로 당대의 지식과 관념, 작가 개인의 가치관이 용해되어 있다. 다만 미술의 스타일에 있어서 담고 있는 내용만이 아닌 '표현성'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감상자는 지적 능력을 동원하여 '정확한' 해석을 위해 애쓰지 않고 '상상력'을 발휘해 작품과 솔직하게 만나야 한다. 그것은 오늘날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것, '감정과 감동'을 소환하는 일이다.

미술은 결코 사회를 진단하거나 진리를 설명하기 위한 진술문적 개념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은 정보나 문제의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수용자(감상자)에게 특정한 심미적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보다 주의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르테가(José Ortega y Gasset)의 글 <예술의 비인간화>는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는 예술이 심미적인 요소는 최소화 한 체 인간사만 가득 채우는 행태, 그리고 그것에 대해 쉽게 함몰되는 감상자의 무비판적인 수동적 태도를 경고한다:

“그러나, 예술작품을 현실이 아닌 예술로 받아들일 때에만 예술이다....... 그러나 자신의 지각 기관을 예술작품이라는 창유리, 그 투명성에 맞출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대신, 그는 그 창유리를 통해서 바라보며 작품이 보여주는 인간의 삶에 흠씬 빠진다.”

 

“예술은 유혹이지 강간이 아니다” 감상자는 자신의 심미적 취향에 맞는 작품에 매혹되고 그것을 초연하고 진솔하게 관조하며 감동을 느낄 때 진정 예술을 향유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문화·미술계 전반이 공들여 만든 소위 '교양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명화, 값비싼 작품과 잘 나가는 작가 위주의 전시, 트렌드 미술'이라는 틀에만 ‘오직’ 심취하여 보여주는 것만 보고 들려주는 이야기만 듣지 않기를 조심스럽게 권고하고 싶다. 제도와 이론의 위력에 침잠되지 않고 개별자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주체적 미술 감상이 진정 '나'의 것이다. 

 

   
양효주칼럼니스트

서울에 거주하고 있으며 학부 및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습니다.

예술에 온 정신이 팔린 사람이자  미술인, 사회실천가로서 열렬한 생을 살고픈

올해 서른 한 살  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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