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홈페이지

[디아티스트매거진=도혜린]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12월 12일부터, 내년 3월 20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은 티몬에서 진행하는 ‘블라인드 티켓 프로모션’에 참여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방문하게 됐다. 어떤 전시가 이루어지는지도 모른 채, 그저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가격에 티켓을 구입하게 된 재미있는 경험에만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이 전시가 세계적인 사진 잡지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주제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기대감은 더더욱 증폭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이전까지, 사진에 관심이 많아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를 정기 구독 하고 있었던 나는, 전시장에 방문하기 전 책장에 가득 꽂혀져있는 노란색 표지의 잡지들을 하나하나 넘겨보며 추억에 잠겼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전은 총 여섯 개의 전시관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각 전시관들은 크게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역사를 망라하는 대표적인 사진들, 고대 문명, 우주, 탐험, 해저 등의 주제들로 이루어져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은 대표적인 사진 작가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들이었다. 그는 주로 인도나 동남아 국가들을 배경으로 한 보도 사진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게 됐는데, 특히 이 사진은 그 중에서도 그를 스타로 만들어 준 사진이다. 누구나 신문 기사를 통해, 혹은 우연히라도 보았을 녹색의 눈을 가진 소녀의 신비스러우면서도 슬픈 눈빛은 전시장 내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을 이끌었다. ‘아프가니스탄의 모나리자’라고도 불리는 이 소녀는 20여넌 후 맥커리가 수소문 끝에 다시 찾게 됐는데, 전쟁의 참상으로 많이 늙어버린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고 전해진다.

출처: 스티브 맥커리 공식 홈페이지

이 아프간 소녀 외에도, 주로 내게 벅찬 감동을 주는 사진들은 대부분 맥커리가 인도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이었다. 그의 사진 몇 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인도를 여행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그의 사진 속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 큰 배경과 세부적인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특히 주로 ‘인도 여행’ 하면, 압도적인 타지마할 앞에서 브이를 그리며 서 있는 관광객을 상상했던 내게, 그의 타지마할 사진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타지마할이 비친 강물 위에 있는 남성을 촬영하거나, 정적인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그 앞을 막 지나가고 있는 증기 기관차와 기관장들의 역동성을 촬영한 것들은 여행에 있어서 더이상 유명 랜드마크나 배경이 아닌, 그 곳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주체로서 작용했다는 점에서 내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출처: 스티브 맥커리 공식 홈페이지

이 외에도 NASA의 우주 사진들, 해저 사진들, 세계 곳곳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을 탐험한 사진들은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특히, 평소 SF 영화나 우주에 관심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이라는 조건 하에서 온전히 사진에만 집중하면서 바라본 오로라의 풍경이나 달 착륙 순간들은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전시장을 빠져나갈 즈음에는 이처럼 용감하고 대단한 사진 작가들 덕분에, 우리가 일상의 풍경뿐만 아니라 우리 눈으로 보기 힘든 이처럼 대단한 장면들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매우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기다림과 추위에 맞서 싸우면서 최고의 장면을 담고자 하는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