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훈

<연재인터뷰를 기획하면서>

카셀도큐멘타(dOCUMENTA Kassel) 및 비엔날레, 트리엔날레와 같은 세계 주요 예술 행사를 개최하면서 자타공인 국제 사회에서 주요 예술 흐름을 선두하고 있는 독일. 그 중에서도 몇 년 전부터 예술가들 및 예술계 종사자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온 베를린. 독일 안에서도 수도라고는 믿기지 않는 저렴한 집세와 생활비 그리고 다양한 문화의 집합이라는 이유에서일까 베를린은 흔히 말하는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도시이다. 미술계의 핫 플레이스인 이곳에서 필자는 다양한 예술계 종사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생각과 철학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연재 인터뷰를 통해서 마련해보고자 한다.

연재 인터뷰의 두번째로 베를린에서 <독일에서 예술하기>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김예술(가명)씨를 만나보았다.

이정훈(이하 ,,이’’): 안녕하세요. 우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편안하게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일에서의 문화와 예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독일에서 예술하기>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저도 최근에 큰 관심을 가지며 구독 중 입니다. 어떠한 계기로 페이지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김예술(이하 ,,김’’):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사실 무작정 시작했어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해오던 여러가지 생각들이 바탕이 되어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독일에서 예술하기> 페이지를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제가 베를린에서 지내면서 여러 한국 유학생 및 한국 작가분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던 것이에요.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이 낯선환경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많은 에너지를 너무 학업과 일에만 쏟아서 아쉽게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보였어요. 그래서 여유의 부제라는 부분을 해소 시키기 위한 한 시도로서 <독일에서 예술하기> 페이지를 만들게 되었어요.

이: 마음의 여유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낯선 환경인 외국에서 생활을 잘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자신이 하는 일에 다 쏟아야 하는게 당연한게 아닐까요?

김: 물론 자신이 하는 일과 이루고자하는 목표에 에너지를 우선적으로 집중해야하죠. 하지만 목표에 도달해가는 과정 중에 소모된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에너지를 충전함과 동시에 정서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의 외국생활을 잘 이어나갈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이: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낯선환경에서 잘 버틸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김: 네 그렇죠. 그리고 저는 문화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우리가 정서적으로 훨씬 안정될 수 있고 특히나 예술을 통해서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독일에서 예술하기>라는 페이지를 통해서 문화 및 예술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그것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으로서 기능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죠.

이: 문화와 예술을 위한 온라인 상의 하나의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하신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럼 <독일에서 예술하기>라는 페이지 이름도 이같은 기능을 염두에 두고 지으신건가요?

김: 그걸 염두에 두고 지은 건 아니에요. 사실 처음에는 페이지 이름을 단체 혹은 회사와 같이 결속력이 보일 수 있는 이름을 지을까도 생각했었지만, 그렇게 된다면 누구든지 편안하게 볼 수 있고 거리낌없이 참여하기가 어려워 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바보(?)스럽고 편안한 느낌이 되었어요. ‘삶 그 자체가 곧 예술이기도 하다.’ 라는 것이 제가 이 페이지 이름을 통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인 것 같기도 하네요.

이: 독일에서 예술하기라는 말은 참 간단하면서도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좋네요.

김: 그렇게 느끼신다니 다행입니다. (웃음)

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이 페이지는 누구든지 편안하게 참여가능한 온라인 상의 공간이라는 점이 굉장히 특색이 있는데 앞으로 지속적인 참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시스템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 않나요?

김: 저희 페이지가 지향하는 방향은 열려있는 페이지가 맞습니다. 그리고 시스템에 관해서 말씀드리자면 특별한 목표를 바탕으로 운영되지는 않지만, 페이지에 담기는 컨텐츠들의 조율에 있어서 필요한 최소한의 시스템으로서 관리자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활동하려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열려있는 공간이라고 보는 편이 적절하겠네요.

이: 최근 진행된 프로젝트 <독일에서 놀아줄 사람을 찾습니다.>가 페이지가 지향하는 참여가능한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시자면?

김: <독일에선 놀아줄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프로젝트는 저희 페이지의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프로젝트 중 하나에요. 월간 리포터(베를린 거주자), 주간 리포터(독일 거주자) 그리고 디렉터(베를린 거주자)와 같이 세 가지 분야에서 일정 기간동안 같이 놀 사람을 모집을 한 뒤, 신청하신 분께서 제안한 컨텐츠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한 가지 특징이라고 한다면, 월간 리포터에게는 모나츠 카르테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나츠카르테를 지원하는 방식 때문에 지원하시는 분들이  종종 갑-을 관계라고 느끼시는 분들이 계시는 바람에 다시 한 번 진행방식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나츠 카르테(Monatskarte: 교통 한 달 이용권)를 선택한 이유에는 활동에 있어서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함도 있지만 그 이전에 모나츠 카르테라는 하나의 상징을 통해서 누군가가 어떤 활동을 하는데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7월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에서 정해진 형식없이 참여자 각자의 개성있는 접근방식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가 생성되다보니 모두에게 좋은 계기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람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생각입니다.

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프로젝트네요.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방향성을 지닌 페이지를 관리하시고 계시는데, 한국에서도 비슷한 활동을 하셨나요?

김: 모두를 위한 목적으로 특별한 무언가를 했다기보다는 그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도 일찍이 커뮤니티 활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 소모임을 종종 만들었었어요. 그리고 나아가 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예술 프로젝트와 파티를 기획하는 일을 했어요. 큰 뜻이 있었다기 보다는 그때그때 다 같이 재밌게 놀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오다가 취미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여러 작업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시작한 작업이 지금 여기 베를린에서까지 이어진다는게 새삼 신기하기도 하네요. 여기서 활동하면서 만난 예술문화 활동들에 관심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한국에서 하던 기획일들을 이곳에서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 한국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베를린까지 이르게 됬는데, 많은 도시들 중에서도 베를린에 이르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김: 유럽여행을 하다가 베를린에 처음 왔을 때, 그때까지만 해도 이 도시에서 계속 지낼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었죠. 그런데 베를린에 도착해서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베를린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느낀 베를린은 굉장히 유동적인 도시였어요. 뭔지 모를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날 것만 같은 설렘이 생겼죠. 앞서 여행했던 런던, 파리와는 너무나도 다르게 완성되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있다고 느껴졌죠.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어떠한 상태라고 정의할 수 없는 그 애매모호한 뉘앙스가 아직 호기심 많은 저에겐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이: 말씀하신 베를린의 느낌이 어떠한지는 독자분들이 베를린에 직접 와보셔야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글을 보고 베를린에 대해 궁금해하실 독자분들이 늘어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독일에서 예술하기> 구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김: 한국에서 지냈을 때처럼 마냥 부지런하게만 살려고 한다면 금방 지칠 것 같았어요. 잘 쉬고 잘 놀면서 지내다보니 안될 일도 더 잘 풀리는 것 같았고, 해야할 일들 보다 하고 있는 일에 조금 더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야 삶에서 느낀 이 만족들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싶었어요. 페이지를 운영한지 이제 겨우 두 달이 조금 지났고, 컨텐츠를 담아내는 부분이 아직은 많이 서투르고 모자랍니다. 베를린에 거점을 두고 진행하다보니 독일 전역에서 일어나는 소식들을 담아내는 것 역시 아직 역부족입니다. 페이지를 접하고 느끼고 계신 아쉽고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 기탄없이 조언을 해주시고 방법을 일러주신다면 귀 기울여 듣고 개선을 해나갈 의향이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인터뷰를 계기로 페이지를 구독하고 계신 분들과 조금 더 가까워 질 수 있다는 생각에 더 힘내서 즐겁게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잘 쉬고 잘 노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 앞으로의 <독일에서 예술하기> 페이지의 활동을 기대하며 오늘 인터뷰는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선뜻 인터뷰 제의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 저야말로 시간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일에서 예술하기 관련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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