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김주희] 살아가다 보면 선택의 기로도, 포기할 일도 참 많다. 그 당시에는 가장 합리적이라서, 또는 어쩔 도리가 없어서 ‘선택’한 길을 걸으며 사람들은 각자의 인생을 꾸려나간다. 그래도 ‘내 선택’ 으로 만들어진 지금의 내 모습이지만 남들과 비교하면 한 없이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 그 때는 미련 없이 포기한 것들이 지금은 문득 너무나도 아까워지는 순간들이 오기도 한다. 그래서 선택과 포기의 순간이 올 때마다 몇 번이고 계속 질문한다. 나 정말 괜찮을까?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싱글 여성이라면 혼자 있을 때나 친구들과 있을 때 한 번쯤은 던지게 되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특히나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간다면 더욱 더 그렇다. 결혼은 친구가 했는데 왠지 모르게 무언가 달라진 것 같고, 싱숭생숭해지는 마음은 기본이요. 알 수 없이 먹먹한 기분과 정의할 수 없는 심난함은 옵션으로 따라붙는다. 연애와 일, 일과 결혼 사이에서 가장 이상적인 지점을 찾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 사회는 여자들에게 도통 그 지점을 보여주지 않는다. 결국 듣게 되는 것은 선택하라, 포기하라는 답 뿐이다. 그래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삼포세대’가 등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포스터

영화는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 30대 세 친구의 삶을 보여준다. 카페 직원인 수짱은 싱글로 지낸지 어언 5년째, 왠지 혼자 늙어갈 것만 같은 미래가 걱정된다. 마이짱은 회사 일이 중요한 커리어 우먼이라 제대로 된 연애를 할 겨를도 없이 결혼도 결혼정보회사에 맡겨버린다. 사와코는 집에서 프리랜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며 엄마와 함께 할머니 병간호를 하며 지내고 있다. 자신이 없으면 엄마 혼자 할머니를 돌보며 살게 될까봐 결혼은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런 그녀들에게도 어김없이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일에 대한 고민의 기회가 찾아온다. 계속해서 등장하고는 있지만 어딘가 부족한, 이상하긴 한데 생각해보면 현실적인 연애담이 소소하게 보는 재미를 준다. 늘어가는 세 친구의 고민들을 보면서 그녀들의 고민과 갈등이 마치 남 일 같지 않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디테일한 감초 조연들의 역할들 또한 현실적이라 더 사랑스럽다.

 

엄마가 보내는 문자의 두서없는 내용 속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마음을 담은 선물 덕분에 요리에 더 열중하게 되고,

그런 사소한 일들이 마음을 편하게 해줘요.

일이 버겁기도 하고 남을 부러워할 때도 있지만

살아있기에 조금씩 소중한 것들을 발견합니다.

불안감은 가시지 않지만

먼 미래의 일을 지금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저는 생각해요.

숲에 가는 날 화창했으면 좋겠어요”

-수짱의 편지中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영화는 질문에 대해 답을 내주진 않는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은지, 결혼하는 것이 괜찮은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그에 대해 답을 내는 것은 사실 관객의 몫이다. 다만 영화는 결혼 문제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고민들에 대해 세 친구의 소중한 일상들을 보여주며 ‘괜찮다’고 토닥이며 위로한다.

주변 친구들이 결혼하기 시작하면서 인생이 뒤흔들리는 느낌이 들고 생각이 많아져 마음이 뒤숭숭해질 때 이 영화를 보자. 혼자 봐도 좋고, 친구들과 함께 보면 더 좋다. 막 끓여낸 탕을 사이에 두고 술 한잔 기울여주는 정든 친구처럼, 이 영화는 불안한 당신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