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샌 안드레아스>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강규일] 지진을 다룬 헐리우드 재난블록버스터가 근육질의 드웨인 존슨과 함께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예고편부터 찾아봤다. 드웨인 존슨의 팬이라기보다, 재난 영화의 팬이라는게 이유라면 이유겠다. 웅장한 스케일이 담긴 짧은 예고편만 봐서는 전혀 손색이 없는 영화인듯 싶었다. 물론 기대감도 있었다. 사실 드웨인 존슨이 원톱 주연을 맡았던 영화들이 흥행에 있어 좋은 기록이 없다보니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지만 재난 영화에 필요한 볼거리는 충분한듯 싶었다. "투모로우"나 "2012" 등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연출한 재난영화는 "재난영화"라는 교과서에 어울릴만한 대표작이다. 토네이도가 세차게 불어 건물을 집어삼키고 쓰나미가 몰려와 전세계를 뒤덮는 모습들에 한땀한땀 정성을 다해 만들어진 CG가 잘 포장되어 긴장감과 현실감을 동시에 전달해주었다. 이러한 헐리우드 재난영화와 비교했을 때, 윤제균 감독의 천만영화 "해운대"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레벨로 나아가기 위한 발돋움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으려면 역시 컴퓨터그래픽을 통한 볼거리가 훌륭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과연 이 영화는 어땠을까? 

역대급 지진, 모든 것을 무너뜨리다.

이 영화는 간단히 말해, 샌안드레아스 단층 전체가 무너져 LA는 물론, 샌프란시스코를 뒤덮는다는 내용이다. LA소방대 구조요원인 레이(드웨인 존슨)는 아내 엠마(칼라 구기노)와 별거 중이다. 그들에게는 블레이크(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라는 외동딸이 있다. 딸에겐 무척이나 살갑게 다가가지만 아내와의 관계는 정반대인 레이의 모습에서 "2012"의 존 쿠삭이나 장르는 다르지만 "테이큰"의 리암 니슨의 처지가 생각이 났다. 재난영화의 공식에서 "가족애"는 빠질 수 없는 부호 같은 것이다. 역시 이 영화에도 존재했다. 콜로라도에 건설된 미국 최대의 후버댐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지면서 샌안드레아스 단층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지진을 연구하던 교수가 샌프란시스코로 연결되는 단층에서 어마어마한 대지진이 일어날거라 예상했다. 엄청난 지진의 절정은 바로 샌프란시스코였다. 아내 엠마와 딸 블레이크가 샌프란시스코에 가 있는 동안 사상 최대의 지진이 이들을 덮쳤다.
 

▲ 영화의 한장면. 아내 엠마의 손을 잡고 뛰는 레이(드웨인 존슨)

지층이 뒤틀려 도시 전체가 무너진다는 것, 감히 상상해보기 어려운 일이다. 영화는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를 남다른 스케일로 다루었다. 단순하게 덜덜 떨리는 정도가 아니라 땅이 위아래로 솟구치며 수많은 건물들을 무너뜨리고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를 넘는 쓰나미가 몰려와 모두를 집어삼키는 등 컴퓨터그래픽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대식 빌딩들은 보다 튼튼한 공법으로 이루졌을테니 지진의 강도에 따라 흔들림이 덜할 수 있다는 포인트도 컴퓨터그래픽 안에 사실적으로 녹여냈다고 한다.
 

▲ 영화의 한장면. 무너지는 건물과 구조헬기

규모 9의 지진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지난 4월 네팔을 강타한 지진과 비교해보면 어느정도 감이 올 수도 있다. 4월 25일 네팔에는 규모 7.8 수준의 지진이 덮쳤고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사실 샌프란시스코와 비교하기 힘들정도로 나약한 건물들이 즐비했기 때문에 사상자는 더욱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샌 안드레아스 지층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관통하는데 과거 1천4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대지진이 있었고 언젠가는 뒤흔들릴 수 있는 지진 위험지역이라고 한다. ​언제가 폭발할 화산처럼 말이다.
 

▲ 영화의 한장면. 샌프란시스코에 불어닥친 쓰나미

영화의 엔딩신은 늘 그렇듯,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이 재난을 통해 하나가 되고 한참을 보이지 않았던 구조대가 어느새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언제 걸렸는지도 모르는 성조기가 그들 앞에서 펄럭인다. 그리곤 성조기를 보며 레이는 도시를 재건하자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영화가 끝이 난다. 가족사에서 애국주의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공식은 이 영화 속에서도 존재했다. 사실 이러한 플롯 형태는 관객들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지겨울때가 되었다. 끈끈한 가족애로부터 시작된 재난은 뜬끔없는 애국주의로 이어진다는 공식은 "투모로우"때와 전혀 다르지 않다. 더구나 구조요원 레전드급인 레이가 오로지 가족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은 극단적이기까지 하다. 밥과 국, 반찬까지 아주 잘 차려진 밥상인데 "그 나물에 그 밥" 인 것이 아쉬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