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ARTIST MAGAZINE

[디아티스트매거진 = 도혜린] 헤르만 헤세의 전시회라니,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헤세가 내가 생각하는 헤세가 맞나?’라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전시는 대중들에게 <데미안>이나 <유리알 유희>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작가 헤르만 헤세의 그림을 다루는 전시가 맞다. 독문학을 전공하는 나조차도 헤세가 독일 현대 문학의 거장인줄로만 알았지, 그림에도 소질이 있었는지는 이 전시를 접하기 이전에는 몰랐다. 독문학도로서, 그리고 전시 칼럼니스트로서, 나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11월까지 진행된다는 이 전시에 하루빨리 찾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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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헤르만 헤세가 전문 화가도 아닌 데다가, 원본이 아닌 그의 그림을 디지털화한 미디어 전시라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반신반의한 기분으로 전시장에 들어섰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레플리카 전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걱정은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무너졌다.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귀에 들리는 잔잔한 음악, 그리고 사람을 압도하는 엄청난 크기의 전시장 구조와 그 각각의 벽을 비추는 영상들, 그 영상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헤세의 그림들까지, 이전에 이와 같은 미디어 아트 전시를 관람한 적이 없던 내겐 모든 것이 생소했다. 미디어 아트라고 해서 백남준의 영상 전시를 상상했던 내게 이러한 전시 환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헤세가 그린 꽃이 살아 꿈틀거리고, 움직이는 그림이 지나간 뒤에는 헤르만 헤세의 책 속 구절이나 시를 보여주는 전시 구성은 수많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한 벽에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가 타 작가들에 비해 미술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것도 아니고, 그림의 규모 자체도 작기 때문에, 오히려 화이트 큐브의 전형적인 미술관 벽에 걸려있었다면 감동이 덜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미술사적 가치는 떨어지지만, 순수하고 그 자체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을 이렇게 그의 문학과 함께 풀어냄으로써, 관람객들의 ‘공부’보다는 ‘힐링’에 초점을 맞춘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다만, 그림이 멈추어있지 않고 빨리 지나가는 데다가, 다른 그림을 거쳐 한 바퀴를 돌아오는 텀이 너무 길어 뇌리에 남는 헤세의 작품들이 적었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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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그림들 전은 이 전시가 열리기 전 3월 전쟁기념관에서 약 20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고 성황리에 막을 내리고, 지금은 대구에서 앵콜 전시를 진행 중인 <반고흐, 10년의 기록전>을 기획한 ‘본 다빈치’ 팀이 다시 뭉친 것이다. 고흐만큼의 인지도를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이 전시도 젊은 시절 전혜린의 에세이와 데미안을 읽었던 향수를 지닌 부모님 세대부터, 미디어 전시가 보여주는 새롭고도 현대적인 환경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의 흥미를 모두 자극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헤세의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마치 움직이는 동화책을 감상하는 것 같은 이 전시는 특히 아이들의 감성 형성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 기간: 2015.5.2~2015.11.1 (AM 10:00~PM 18:00) 전시 장소: 용산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